하지만 난 네가 입술 자국처럼 새겨질 걸 알았고 나의 모든 후회가 될 걸 알았고 훈연이 이렇게나 길게 남을 걸 알았고 널 오래오래 저주할 걸 알았고 짧은 설렘을 끝낸 네가 날 그리워할 걸 알았고 결국 그곳의 불빛 아래 설 걸 알았고
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기도 해

 이번 주에는 거의 매일매일 병원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. 다음 병원 예약은 금요일이었다. 그러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내일. 그런데 어젯밤에 커다란 일이 터졌다. 나는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게 터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. 내 풍선은 아직도 바람이 덜 빠져서 피식거리고 있었는데 그걸 어젯밤의 일이 구둣발로 밟아버린 셈이다. 내 풍선은 이제 너덜너덜하다. 그래서 오늘 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. 빠른 예약을 위해 9시에 바로 전화를 걸려고 밤을 새고 있다. 원래는 수면제, 라벤더 향, ASMR의 힘을 빌려서 퀵 수면에 돌입하려던 계획이 깨졌다. 왠진 모르겠는데 잠이 한참 동안 안 왔다. 원래 약을 먹으면 기절해야 되는데. 그래서 동물의 숲을 켜서 삼심 분 정도 했다. 그리고 내일 낮에 하려던 일을 했다. 근데 아직도 세 시다. 여섯 시간이나 더 버텨야 하는데 눈이 침침하다.

 

 목요일에는 놀러나가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. 그 약속이 모종의 사유로 깨져버려서 상심했다. 나는 약속이 깨지면 병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다른 일이 훨씬 더 충격적이라서 약속 깨진 것 정도는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다. 갑자기 이케아에 가서 새 가구들을 구경하고 미트볼을 먹고 싶어졌다. 그게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까?

 

 게자리, 오하아사 12위. 오늘의 어드바이스는 '생각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마냥 서두를 것 같습니다. 답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. 지금은 해야 할 일을 꼼꼼히 하도록 해요.'. 행운의 열쇠는 발코니. 오하아사가 오늘 용하다. 나는 오늘 생각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고, 서둘렀고, 지금은 답을 내리기에 시기상조다. 해야 할일을 꼼꼼히 하지 않으면 난 분명 에버노트에 박제돼서 공론화될 것이다. 그러나 행운의 열쇠 발코니는? 지금의 나는 발코니 같은 말만 들어도 어떻게 떨어져야 덜 아프게 죽을지를 생각하게 된다.

 

 그래서 오늘 병원에 갈 수 있게 된다면 의사 선생님에게 할 첫 마디는 이걸로 정했다.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.

 

 무슨 대책이 필요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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