하지만 난 네가 입술 자국처럼 새겨질 걸 알았고 나의 모든 후회가 될 걸 알았고 훈연이 이렇게나 길게 남을 걸 알았고 널 오래오래 저주할 걸 알았고 짧은 설렘을 끝낸 네가 날 그리워할 걸 알았고 결국 그곳의 불빛 아래 설 걸 알았고
she no longer needs me

 오늘의 키워드는 'she no longer needs me'

 

 앞으로 쓸 글들도 그렇겠지만 키워드는 별 의미 없다. 이번에는 그냥 지금 듣고 있는 노래의 가사다. 근데 나는 가사 있는 노래 들으면서 글 쓰는 거 못 하니까 이것까지만 듣고 아이튠즈는 끌 거다.

 

 요즘은 키워드처럼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망상에 빠져 지내는 중이다. 사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모두가 날 싫어한다는 막연하고 부정적인 망상이다. 나름 해결을 위해서 원인을 생각해보긴 했는데 결정적인 원인이랄 건 잘 모르겠다. 여러 가지 자잘한 계기가 쌓여서 이렇게 된 것 같다. (그리고 병원에선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활동적인 일이나 많이 하랬는데 이렇게 글 쓰는 건 완전 청개구리 짓인 것 같다...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쓰는 중이다) 친구들이 나와 잘 안 만나준다거나, 여자친구가 나와의 약속을 자꾸만 취소한다거나, 내 말이 번번이 무시당한다거나... 그런 일들? 그 모든 일들에 정당한 이유가 있긴 할 것이다. 친구들은 바쁘고, 여자친구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(완전히 이해할 만한, 이해하지 않는다면 내가 쓰레기가 되는), 사람들은 내 말을 못 듣거나 못 보고 지나친 것 뿐일 거다. 그러니까 종합해 보자면 이 정도 일들로 힘들어하는 내가 속 좁은 애라는 결론이 나온다. 이럴 수가.

 

 궁금한 건 그렇게 쌓인 것들을 톡 건드려서 터지게 만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거다. 기억이 안 난다. 한 3주 전쯤 폭발한 것 같은데 뭐였는지, 왜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. 기억력에 관해서도 조만간 한 편 써 봐야겠다.

 

 아무튼 나는 이 명확한 우울감의 근본을 해결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. 약을 먹어서 기분을 붕붕 띄우기만 하면 만사 OK인 걸까? 물론 아니지. 몸 쓰는 일(ex. 등산, 등산, 등산)을 잔뜩 해서 신체를 지치게 만들어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자도록 하면? 그것도 아니지... 이렇게 글을 써서 거꾸로 되짚어 가다 보면 해결할 실마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같은 게 나한테 있는 것 같다. 과연 그럴까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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